학점 2.56, 토익 790…내세울 것 하나 없었다
어디 던져놔도 살아날 ‘창업 경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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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경험 있습니다”
그가 넘어야 할 우선 과제는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일이었다. 자신이 가진 강점도 ‘표현할 무대(면접)가 없다면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SK텔레콤은 스펙이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많아 고민했습니다. 이력이야 수정할 수 없으니까 자기소개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요. 장교생활·창업을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그에게 두드러지는 게 있다면 창업 경험이다. 그는 외국인 모델·배우 섭외 대행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인터넷 외국인 사교 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던 그가 군 제대 후 시작한 사업이다. 2007년 11월 시작한 사업은 1년 만에 그만뒀다. 그러나 장사가 안 돼서 손 뗐다고 생각하면 오산. 그는 “혼자 시작했던 사업을 직원 다섯 명까지 늘렸다”며 “연소득도 1억원쯤 됐다”고 말했다.
창업을 했던 것도, 그만두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것도 전적으로 그의 뜻이었다.
“내 아이템을 가지고 젊었을 때 창업해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하루하루 돈을 벌면서 ‘이렇게 살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겠지만 큰 물에서 놀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접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SK는 독특한 그의 경력에 주목했다. 그는 “면접장에서 받은 질문의 50%는 군대 경험, 50%는 창업 경험이었다”고 소개했다. 그 스스로도 볼품없는 스펙을 감추기 위해 창업 경험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다른 지원자들은 면접장에서 인턴·해외 경험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창업하면서 겪었던 남모를 고민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한순간 삐끗하면 인생이 어두워진다는 불안감 속에서 혼자 사업을 꾸려나가야 했던 어려움도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이겨내려고 발품을 팔아도 한 번 더 팔았다’고 얘기했습니다.”
SK텔레콤 인사팀 오택현 매니저는 “SK텔레콤의 인재상은 ‘주인의식·열정·패기’”라며 “남다른 창업 경험은 그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토론 면접에서는 ‘서포터’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특별히 할 말도 없었다”며 “‘잘 모를 때는 다른 지원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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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할 때는 A부터 Z까지 제가 전부 책임져야 했죠. 그런데 입사해 보니까 신입사원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혼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꾸려봤던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사업을 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팀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일해봤던 경험이 도움 되죠.”
“창업 경험이 전부인 그를 채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인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고 묻자 인사팀 관계자는 “스펙이 더 나은 일류대 출신자도 많다. 채용할 때 학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야생형 인재’라면 OK
인사팀에서 그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추천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올 9월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인사팀에 “준비된 인재가 아니라 어디 던져놔도 살 수 있는 ‘야생(野生)형’ 인재를 채용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도 그 바람이 불고 있다. 김태영 인력운영팀장은 “올해부터 신입사원을 뽑을 때 강씨 같은 야생형 인재를 다수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씨의 생각은 어떨까.
“학점·토익 점수를 높이는 게 대표적인 ‘스펙 쌓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혼자서 열심히 하면 준비할 수 있죠. 그런데 입사해서 보니까 모든 일이 팀 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팀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야생형 인재로 꼽혔다면, 창업했던 사람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일했던 경험을 좋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시작점이 아니라 목표가 중요하다”며 “스펙에 기죽지 말고 자신 있게 덤벼라”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자기소개서엔 …
# 육체적인 도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운 일에 도전해본 경험을 골라 구체적인 상황, 자신의 행동, 결과 등을 기술해 주십시오. 장교 전역 후 경영학도로서 자신만의 사업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친구 만들기’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중 처음 방송국에서 외국인 섭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때 이게 사업 아이템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일생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해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습니다. 결국 AKA라는 외국인 섭외 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 기존 외국인 친구와 인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내고, 홍대나 이태원 거리에서 밤새도록 명함을 돌리고, 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신발 광고를 촬영할 경우 스튜디오와 협력해 신발을 신은 여러 각도의 사진을 프로필에 첨부해 보냈습니다. 경쟁업체에서 프로필·사진·신상명세만 적어서 제공했다면, 저는 고객을 위해 한 번 더 고민했던 것입니다.
SK텔레콤 입사 어떻게
관리자·모범생형 ‘준비된 인재’보다 일과 싸워 이길 ‘야생형 인재’원해
SK텔레콤은 매년 하반기 SK그룹 공채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9월부터 채용사이트(www.skcareers.com)를 통해 지원받는다. 갖춰야 할 기본자질로 패기·경영지식·사교성·건강 등을 꼽고 있으며(SK그룹 공통) 이 가운데 패기를 가장 중시한다. 패기는 ‘일과 싸워 이기는 기질’을 말한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체제순응형·관리자형·모범생형 인재보다는 ‘도전정신·자립심을 갖추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성공(또는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야생형 인재’를 선호한다. 실제로 2009년 하반기 신입 공채부터 야생형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문 채용인력 100여 명을 각 대학에 파견했다. 다음은 인사 담당자와 일문일답.
●응시자격은.
“신입 채용은 학력·성별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입사 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그룹 차원의 SK종합적성검사와 영어시험 ‘지텔프’를 치러야 한다. 이는 SK그룹 입사를 위해 누구나 치러야 할 첫 관문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1박2일 동안 면접을 보게 된다. 면접관은 지원자 한 명당 8~10시간을 관찰한다. 실제 업무를 모의체험하는 ‘시뮬레이션 엑서사이즈’ 게임, 놀이를 통해 협동심·창의성 등을 평가하는 ‘액티비티 관찰평가’, 가벼운 토론 면접인 ‘캐주얼 인터뷰’가 특징이다. 이외에도 지원자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질문을 던져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역량 면접도 본다. 비즈니스 사례를 풀어 나가는 케이스 인터뷰도 시행한다.”
●SK종합적성검사에 대해 알려달라.
“SK그룹은 자체 개발한 인·적성검사 시스템을 시행한다. 적성검사는 인간 위주의 경영원칙과 패기·경영지식·사교성·건강관리 등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휘력·언어유추력·언어추리력·지각정확성·판단력·응용계산력·수추리력·창의력 등 8개 요인이 기준이다. 항목당 약 30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00분간 검사한다. 인성검사는 340문항을 50분 동안 풀어야 한다.”
●면접 팁을 준다면.
“한 가지 공개하면, 준비한 내용을 외워서 답변하면 감점이다. 평소 생각을 진솔하게 답하는 게 최선이다.”
●토익·토플 등 어학 점수가 높으면 유리하나.
“공인어학성적에 대한 최소 지원 자격이 없다. 입사지원 시 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면접 때 원어민 면접관이 영어 회화 실력을 평가한다. ”
●최근 ‘야생형 인재’를 뽑겠다고 했는데.
“발로 뛰는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 지원자를 기다리는 채용은 하지 않는다. 전국 17개 대학에서 ‘SK 취업카페’를 연다. 대학 취업지원실에 야생형 인재 추천을 요청하기도 한다. 벤처·창업동아리 회원에게 연락해 입사지원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SK텔레콤이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TTL Tomorrow Creator, T-Store 공모전, SK 상생인턴 등) 수료자·입상자 등 실무 능력이 검증된 지원자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등 야생형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료 : 인크루트 www.incruit.com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