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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회

“의학 발달로 죽을 사람도 살려 임사체험자 최근 두 배 급증”

세계 최대 임사체험 연구소 ‘NDE재단’ 제프리 롱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 제224호 | 20110626 입력
“임사체험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제적으로 임사체험(NDE)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제프리 롱(사진) 박사는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한 번의 통화와 두 번에 걸친 e-메일 인터뷰에서 롱 박사는 “의학기술이 발달해 병을 앓거나 사고를 당해도 죽지 않고 치료로 소생하는 사람이 늘고, 그 가운데 많은 이가 임사체험을 한다”며 “임사체험연구재단에 임사체험을 알려 오는 사람들이 최근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임사체험은 심장 및 뇌파가 정지돼 의학적으론 사망한 상태이면서도 독특한 체험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롱 박사는 전 세계 최대의 임사체험 연구기관인 ‘임사체험연구재단’의 설립자다.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인 1300건 이상의 임사체험을 연구, 죽음 그 후라는 연구서적을 냈다. 재단은 체험을 추가해 현재는 2000건의 사례를 수집했다. 이 사례는 재단 사이트(www.nderf.org)에 공개돼 있으며 한국어 사이트도 있다. 물리학자이자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인 그는 현재 루이지애나주 호마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임사체험자가 느는 것은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임사체험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체험자 숫자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재단은 20개 이상의 언어권에 대한 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유사 이래 최대 규모로 비교문화적인 임사체험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체험이 세계의 어디에서 일어나는지와 관계없이 놀라울 만큼 유사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압도적으로 많은 임사 체험자가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데 평균 7년에 걸쳐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 “체험자들이 보이는 변화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줄고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며 ▶신의 존재를 더 굳게 믿는 경향이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고 더 강하게 찾아나서는 경향 등을 꼽았다.


기독교의 영혼과 다른 뭔가가 체험 주체
-한국에선 임사체험은 일종의 미신으로 간주된다. 미국에선 다른가.
“미국에서 임사체험 연구는 엄연한 의학 분야다. 임사체험은 1975년 처음 보고된 뒤 수백 건이 넘는 학문적 보고서와 논문이 제출됐다. 임사체험에 관한 전문잡지인 ‘임사체험 연구저널’도 발간된다. 임사체험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고 체험 뒤 삶에 대한 태도와 믿음에 실질적 변화가 온다는 것도 의학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임사체험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 의견 차이가 있다.”

-임사체험을 하는 유형이 있나.
“생명의 위협을 겪은 사람들의 12~18%가 임사체험을 한다. 왜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는지 아직 의학적 설명을 못 한다. 수십 년 임사체험을 연구해도 여전히 남는 의문이다. 임사체험이 일어나는 순간과 인구학적 연관성을 찾는 연구도 있다. 현재로선 누가 임사체험을 할지, 하면 어떤 내용이 될지 예측 불가능하다. 아이·어른 모두 체험할 수 있고, 의사·과학자·고학력자와 교육을 못 받은 자 모두 겪을 수 있다. 성직자와 무신론자들도 그렇다. 1982년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약 5%가 임사체험을 했다. 또 매일 약 774명 미국인이 임사체험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임사체험의 정의는 무엇인가.
“나는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 일어나는 명확하고 조직화된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생명을 위협할 만큼 의식을 잃거나 의학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때를 가리킨다. 현대의학의 사망 기준은 두뇌와 심장의 활동 정지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대륙·문화권별로 체험 양상이 다른가.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전 세계 임사체험이 놀라울 정도의 동일성을 보인다. 비서구권 국가들에선 약 200건의 체험이 문서로 상세히 보고돼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서구권의 체험과 아주 흡사하다.”

-진짜 체험이란 것을 어떻게 보장하나.
“인터넷으로 받는 체험기와 실제 면접을 병행한다. 또 체험 보고 수집 과정에서 질문을 조금씩 다르게 하는 방법도 쓴다. 그 과정에서 일관성을 보이는 것만 인정한다. 한 임사체험자를 여러 차례 조사해 일관성을 확인한다. 매번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체험을 밝힌 지 20년 뒤 다시 조사한 케이스도 두 건 있다. 다행히 내용이 부풀려지지도 않고 본인이 잊지도 않았다.”

-임사체험은 환상이라는 지적이 있다.
“내가 『죽음, 그 후』를 쓴 이유가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책엔 임사체험이 사실임을 보여 주는 증거들이 등장한다. 우리 재단 홈페이지에 있는 사례들을 보라. 사실 못 믿겠다는 생리학적·심리학적·문화적 주장이 20여 가지 있다. 설명이 그렇게 많은 것은 하나도 설득력을 못 얻는다는 증거다. 임사체험에 대한 설명은 왜 그렇게 많은지 물을 것이다. 간단하다. 임사체험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현상이 다양해 하나로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사체험을 의학적으로 꼭 집은 뒤 절대적이고 보편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회의적인 사람들은 사후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사체험은 현대의학으론 잘 설명되지 않는다. 의사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학적 설명이 어렵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소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 주장은 어떤가.
“가장 흔한 반박 중 하나가 ‘뇌의 산소 부족으로 나타나는 환상’이라는 주장이다. 의사들은 산소 부족의 경우 두통·혼란·기억상실과 피로감을 겪는다고 알고 있다. 맞다. 산소 부족현상이 심하면 정신착란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의식도 잃는다. 그런데 문제는 산소 부족현상을 겪은 이들의 경험이 임사체험자의 경험과 다르다는 점이다. 산소 부족은 대부분 기억 혼란을 일으키는데 임사체험의 경우 대개 기억 혼란은 없다. 임사체험의 기억은 매우 선명하며 조직화돼 있다.”

-임사체험을 이해하는 게 왜 중요한가.
“임사체험은 의식이 육체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신체적 증거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우리 모두는 두뇌 이상의 존재이며 의식은 육체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보여 준다. 과학적·종교적·의학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어떤 것은 뭔가. 육체인가, 아니면 소위 영혼이라는 것인가.
“임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독특하다. 보고 듣기도 하지만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을 못 한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아니면 지구의 시간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가속된 시간을 경험한다. 이동도 소통방식도 ‘비물리적’이다.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텔레파시처럼 교환한다. 이런 점들은 종교가 ‘죽음 뒤 나타난다고 믿는 비물질적인 어떤 것’과는 다르다. 그들의 체험 내용은 ‘영혼’에 대한 기독교적 믿음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