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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경제

Stock 월가 고수에게 배운다 |차트분석, 약인가 독인가

| 기사입력 2007-11-29 20:42

 

●코스툴라니-“차트에 현혹되는 건 돈을 죽이는 행위, 룰렛 도박꾼과 같아”

●오닐-“그림 한 장에 수천 마디 메시지 있어, 차트는 중대한 힌트”

●엘더-“차트 무시해도 장래 읽는 데 도움된다는 사실까진 무시 못해”

차트(기술적 분석)를 둘러싼 월가고수들의 인식은 극과 극이다. ‘차트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불가론이 대부분인 가운데 ‘차트 없는 투자는 필패첩경’이란 추종파도 적잖다. 특히 제도권으로 불리는 증권사 멤버들은 대개가 ‘차트무용론’을 외치는 반면 재야고수 출신의 투자대가들 중 몇몇은 ‘차트불패론’을 주장한다.

실제로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등 내로라하는 최고의 펀드매니저들은 차트분석에 부정적인 반면 알렉산더 엘더, 니콜라스 다비스, 제시 리비모어 등 개인투자자 출신의 고수들은 내재가치만큼 차트분석을 중시한다. 다만 결론부터 요약하면 차트는 쓰려면 확실히 이해하든지, 잘 모르면 절대 안 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다.

워런 버핏은 초보시절 차트분석을 통해 주식을 매매했다. 하지만 훗날 “전혀 수익을 낼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가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내재가치 분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바로 차트분석의 비경제성을 경험한 결과다. 그는 “차트를 뒤집어 놓고 봤을 때도 똑같은 답이 나오는 걸 보고 기술적 분석이 효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존 보글 역시 “과거자료로 투자결정을 내리는 건 백미러만 보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잘못과 같다”고 했다. 앙드레 코스툴라니는 좀 더 직설적으로 ‘차트불패론’을 질타한다. 코스툴라니는 “차트에 현혹되는 건 돈을 죽이는 행위이며 경험상 차트분석가들은 모두 망했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오늘은 알지언정 그 이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차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로 게임하는 룰렛 도박꾼들과 다를 바 없는 미치광이”라며 “이들에게 최대의 불행은 게임시작과 동시에 돈을 땄을 때”라고 했다. 왜냐하면 돈을 딴 뒤엔 미친 사람이 돼 사고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차트 좋아하는 사람은 룰렛 도박꾼”

물론 반론도 거세다. ‘CANSLIM 모델’을 만들어낸 윌리엄 오닐은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로 “주가차트를 이용해 훌륭한 주식과 적절한 타이밍을 선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신고가 경신종목 매수를 두려워하는 것도 차트를 보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월가가 낳은 거물급 3대 개인투자자인 제시 리버모어, 니콜라스 다비스, 알렉산더 엘더는 후배 개인투자자들에게 보다 실리적인 차트활용법을 권한다. 먼저 신고가주 따라잡기의 명인인 제시 리버모어는 “자신만의 기록과 분석을 통해 정확성이 높은 투자법을 만들라”며 “무분별한 차트분석은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비자발적 투자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박스이론의 창시자인 니콜라스 다비스는 “차트움직임을 보되 철저히 수익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에 한해 매매하라”며 “그러자면 20년 이상의 분석기간(종목보단 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테크니션 투자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엘더의 조언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지지와 저항선은 물론 주가와 거래량을 통해 가격추세와 차트패턴을 읽으라”며 “타이밍을 포착하는 자신만의 무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다만 차트는 참고서이지 절대 답안지는 아니다. 차트를 근거로 한 주가 및 매매타이밍 전망은 가정에 불과하다. 천장과 꼭지조차 확실히 모르는데 주가를 전망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모두 지나봐야 아는 것이다. 일시·심리적인 변곡점은 나오겠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참고지표일 뿐이다. 지하실인지 알고 샀더니 지하 2층·3층까지 떨어졌다는 경험담은 차트의 후행(後行)성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차트는 과거를 분석한 것이지 미래를 예측한 게 아니다. 지금까진 일관성이 있을지언정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맹신해선 곤란하다. 차트의 설명력은 지나봐야 안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들이 알고 싶은 건 지금과 내일이다. 이 갭을 과거지향적인 차트가 메울 순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차트는 언제든 노출돼 있다. 맹신하다 보면 오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잘 알려질수록 설명력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가령 저항선을 돌파하면 매수신호라던 다우이론도 과거 40년간 맞았었지만, 최근엔 오락가락한다. 모든 차트가 다 그렇다. 참여자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맞기보단 틀릴 확률이 높아진다. 모두가 아는 건 더 이상 비기(秘機)가 아니듯 말이다. 또 차트란 누구에게든 공개되는 탓에 작전세력의 도구로 전락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최근 차트를 역이용하는 세력이 부쩍 늘어났다. 보기 좋게 차트를 가공한 후 아마추어들이 따라붙기를 유도한다.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독거미처럼 완벽한 함정으로 투자자를 옭아맨다. 탄력받던 주식이 일순간에 망가지면 대개는 작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분석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수급상황을 체크할 때 차트는 필수다. 주식투자 때 수급은 모든 재료에 앞서는 법이다. 제아무리 우량주라도 사려는 이가 없으면 주가는 뛰지 않는다. 때문에 투자자라면 수급신호를 반드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작전세력은 차트에 흔적을 남긴다

작전세력의 비밀스러운 움직임도 차트엔 반드시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경쟁자의 생각과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자의적인 독선과 아집보단 객관적인 차트가 훨씬 신뢰할 만하다.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서도 곤란한 이유다. 차트를 무조건 무시하는 건 일종의 지적 허영심이다. 다수투자자의 생각을 읽는 유용한 도구로 옆에 두고 살피는 건 괜찮다. 안 보는 것보단 보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차트지표를 일일이 챙겨볼 필요까진 없다. 단순히 현재시장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체크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흔히 투자경력이 짧을수록 기술적 분석에 의지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아마추어라면 그럴 필요는 없다. 초보에게 차트는 어렵다. 다 챙기려다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동일상황을 다르게 설명하는 경우도 많아 ‘아는 게 병’일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몇 가지 차트지표만 봐도 충분하다. 실제로 투자고수들에게 추천할 만한 차트지표를 물어보면 대답은 십인십색이다. 좋은 옷보단 몸에 맞는 옷이 좋듯 본인에게 맞는 차트를 선정하는 게 먼저다. 또 차트를 분석하겠다면 하나만 봐선 곤란하다.

차트의 다양한 착시현상을 막자면 2∼3개 정도 좋아하는 차트지표를 고른 후 해석능력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아마추어라면 이동평균선 배열이나 MACD, 봉차트, 이격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불어 차트의 분석기간은 길게 잡아야 그만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볼 필요가 있다.

차트분석은 신중할수록 좋다. 수익확대를 위한 공격무기라기보다는 손실보전에 목적을 둔 방어무기로 생각하는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 주식은 포커게임과 비슷하다. 자기 패만 좋다고 이길 순 없다. 고수들이 늘 강조하듯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심리가 90%요, 기법과 기교는 10%에 불과하다. 실패하는 대부분의 케이스는 차트에 너무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분석기준과 해석능력이 없으면서 오직 차트로만 풀려고 하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차트를 잘 챙겨보진 않지만, 대부분의 월가 고수가 차트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전영수 칼럼니스트 |프리랜서 재테크 칼럼니스트다. 저서로 《제로에서 시작하는 老테크》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한국의 주식고수들》 《3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돈 관리법》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