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신문에서
강일권(리드머 편집장) 김광현(재즈피플 편집장) 김기웅(엠넷 PD) 김세광(CBS PD) 김양수(월간 PAPER 기자)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김현준(재즈비평가) 나도원(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대중음악평론가) 성우진(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대중음악평론가) 양중석(전 오이스트리트 기자)
염정봉(인플래닛 대표이사) 이광훈(Radio KISS 편성제작팀장) 이대화(웹진 이즘 편집장) 이호영(음악사이트 뮤즈)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대중문화평론가) 최민우(웹진 웨이브 편집장)
에게 ‘한국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와 '기교, 성량 등 기술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가수', '곡 해석력, 가사 전달력 등 감성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가수' 를 각각 5명씩 선정해달라고 의뢰하여, 2008년 3월 19일에 종합된 순위가 집계되었습니다. 1
위 순위에 선정된 가수들 중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곡을 리메이크한 사례를 통해 한국의 '뛰어난' 가수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할 곡은 첫번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곡입니다. 왜냐하면 2007년 8월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2 목록에서 각각 2위와 76위를 차지한 음반의 수록곡이기 때문입니다. 그 곡은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입니다.
유재하가 작사·작곡·편곡한 위 곡은 1985년 조용필 7집에 수록되었고, 2년 후 유재하의 유일한 음반인 '사랑하기 때문에' 에서 유재하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곡 다 유재하가 썼기 때문에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두 개의 다른 버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범주에 넣었습니다.
조용필 7집에서는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유재하 자신의 음반에서는 곡의 제목이 곧 음반의 제목이 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조용필은 기술적 능력이 뛰어난 가수이지만 유재하는 그렇지 못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감성적 능력에 있어서는 조용필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위 순위 집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재하 버전의 맛은 그의 애절하게 끄는듯한 창법과 기술적인 정교함을 넘어서 최대한 감정 몰입에 치중하는 점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조용필 버전과 다른 유재하 버전만의 특이할 만한 점은 곡의 도입부에 현악기 연주인 듯한 선율에 있습니다. 이 도입부가 곡의 전체 분위기를 안내하고, 청자를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냅니다.
다음은 유재하로 이어서, 그가 작곡한 곡 중에 선정했습니다. 이 곡은 첫번째 곡 못지않게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곡을 부른 가수 중에 위에 선정된 사람이 세 명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이문세 3집에 처음 실린 '그대와 영원히' 라는 노래입니다.
2000년 발매한 김범수의 'Remeber' 라는 이름의 음반과 2002년에 이소라가 부른 버전이 있는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를 위해' 에서 리메이크되었다. 두 곡은 원곡과 다른 각자의 특색 있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가히 리메이크의 좋은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김범수는 김범수 고유의 발라드풍을, 이소라는 마치 '그대안의 블루' 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하지만 두번째 곡보다 더 유명한 곡이 있으니,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13위에 선정되기도 한 김현식의 대표 앨범인 3집에 있는 그의 대표곡 '비처럼 음악처럼' 입니다. 그를 이어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1995년에 양희은, 2000년에 김범수, 2001년에 임재범, 2005년에 이승철.
5개 곡이 각각 풍기는 느낌의 차이는 가수의 음색과 창법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양희은의 노래는 흡사 '그대와 영원히' 에서 김범수가 자아낸 느낌과 같다. 양희은의 노래가 비교적 차분하고 절제된 반면, 김범수는 이 노래에서 울분을 쏟아내는 듯하여 다섯 명 중에 가장 격정적인 음성을 들려준다. 임재범의 경우는 목소리가 안정되어 있고, 리메이크의 창의성은 적으나 가장 원 의도에 잘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리메이크한 네 명의 가수들 각자의 스타일이 노래에 담겨져, 그들 자신의 곡이라고 서로 주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니 이 또한 리메이크의 바람직한 예라 할 수 있겠다. 즉, 리메이크를 했을 때는 그 산물이 원작 못지않은 나름의 가치를 갖도록 재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리메이크 곡이 원곡보다 더 유명해진 경우도 있는데, 인순이의 '거위의 꿈' 과 나얼의 '귀로' 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나얼의 '귀로' 는 'Back to the Soul Flight' 라는 음반의 수록곡으로, 이 음반의 테마는 '과거의 명작들을 Soul로 재현하는 것' 이라고 한다. 3
'귀로' 는 앨범소개 그대로 호소력 짙은 음색이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고음처리가 놀랍다. 그런 점에서 '귀로' 의 리메이크는 성공이라 할 만하지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부 칭찬만 하고 좋은 예만 보여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안타깝지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는 성공하지 못한 리메이크로 평가하겠다. 앨범소개에 나와있듯이 실험정신이 발휘되어 원곡과 다른 느낌의 편곡이 감행되다 보니 감동이 덜하다. 이런 경우는 원곡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오히려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것만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43위인 동물원의 '두 번째 노래모음' 에서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인데, 역시 100대 명반 중 58위인 그의 리메이크 앨범 '다시 부르기1 4' 에서 다시 불렀다. 그는 네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그 중 네 번째를 100대 명반 74위에 올렸지만, 리메이크 앨범 둘은 모두 100대 명반에 선정되었고 그것도 정규앨범보다 순위가 높은 58위와 25위에 올랐다. 이를 보아 그는 리메이크의 달인이 분명한데, 이는 '이등병의 편지' 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원곡보다 유명해진 사례 중에서도 압권임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 http://blog.naver.com/trajanus1126/10028878853 [본문으로]
- http://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_%EB%8C%80%EC%A4%91%EC%9D%8C%EC%95%85_100%EB%8C%80_%EB%AA%85%EB%B0%98_%EB%AA%A9%EB%A1%9D [본문으로]
- http://music.daum.net/album/8879 [본문으로]
-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3201659195&code=90030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