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8 19:39 입력 / 2010.07.29 18:20 수정
요즘 화제의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애플 주가는 1년간 거의 두 배나 올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몸값이 삼성전자의 두 배인 2000억 달러를 넘었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의 3연속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꿀릴 게 전혀 없다. 매출액은 애플의 두 배고, 영업이익도 훨씬 앞선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게걸음이다.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에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를 따라올 업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LCD는 세계 1위다. 디자인 역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신제품 갤럭시S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차갑다.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핵심 소프트웨어 없이 미래의 물결을 제대로 탈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애플 쇼크도 따지고 보면 강력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원천이다.
삼성엔 아이폰의 플랫폼인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부럽기 짝이 없다. 삼성은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 스카우트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SDS를 통해 컴퓨터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티맥스코어도 인수했다. 그러나 자꾸 탄식이 흘러나온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게임과 포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OS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고급 인력은 멸종 상태”라는 것이다. 다행히 갤럭시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이용했다. 하지만 구글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 느닷없이 값비싼 청구서를 보내거나 모든 스마트폰은 반드시 구글을 거치도록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 불안한 을(乙)의 신세다.
스마트폰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스마트TV와 스마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핵심 소프트웨어가 운명을 결정짓는다. 독자적으로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보유하지 못하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나 LG가 하루아침에 외국 기업의 부품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 물론 소프트웨어 인력난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똑같은 고민이다. 세계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좋은 대우를 좇아 미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과거의 패착(敗着)이 뼈아프다. 2000년까지만 해도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의 컴퓨터공학과는 의대보다 인기가 높았다. 해마다 300여 명의 전문인력이 배출됐다. 지금은 어떨까. 한마디로 찬밥 신세다. 대학을 나와 하도급업체에서 3D 업무를 맡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들조차 “안 되면 외국에서 수입하지”라는 식이었고,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오해도 뿌리 깊다. 이런 풍토를 못 견디고 뛰쳐나와 세운 벤처가 NHN·엔씨소프트 등이다. 이러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6년 연속 정원을 못 채우고, 이들 3개 대학이 배출하는 인원도 100명으로 쪼그라드는 게 당연하다.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만큼 소수의 뛰어난 인재에 좌우되는 분야는 흔치 않다”고 말한다. OS의 경우 많은 인력이 필요 없다. 30~50명의 소수 정예가 만든다. “뛰어난 두뇌와 높은 수준의 교육,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 가능한 작업”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은 10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건너간 인재도 적지 않게 섞여 있다. 그러나 한국 회사에선 “소프트웨어론 밥 못 먹는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지 말라”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말리는 형편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이미 황폐화됐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 업보로 향후 6~7년간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밖에 없다. 눈앞에 펼쳐질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 자동차에서 승부를 걸려면 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 성공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뛰어난 소프트웨어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 탄생해야 선순환(善循環)이 시작된다. 우수한 인재 없이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는 기대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뒷받침 없이는 미래 물결도 제대로 탈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실적에도 요즘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철호 논설위원
김성진 (sujikim)
IT 인력을 개취급하고 IT투자를 비용으로만 여기고 해마다 20%씩 단가를 깍는다. IT투자를 진짜 아까워 한다. 수조원 투자하면서 100억 IT투자는 벌벌떠니 황폐화 안될수가 없지. 천재급 IT인력도 다수의 IT POOL에서 나오는 거지 하늘에서 천재만 뚝 떨어지나? 노력은 똑같은데 하드웨어는 비싸보이고 소프트웨어는 그냥 장난으로 누구나 만들수 있는걸로 안다. 대기업을 포함해서 그런 회사가 진짜 많다. (2010.07.2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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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온 세계는 대공황이 오는 것이 아닌가 긴장했다. 그로부터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엔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올해 1분기의 GDP 8.1% 성장은 7년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라 하며, 주요 기업들 또한 2000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취업시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3년간 대학 졸업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인문계가 47~54%, 공학계열은 57~66%에 불과하다.
취업률이 낮은 첫 번째 이유는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둔화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평균 9.1%와 9.8%였다. 그러나 2001년 이후 최근까지의 평균 성장률은 3.9%에 불과하다. 두 번째 요인은 투자의 고용창출 능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투자비 10억원당 90년대 초반에는 49명을 고용할 수 있었으나 2005년에는 32명만 고용할 수 있었다.
구조적인 취업난을 해결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까지와 같이 남들이 만든 직장에 취업하려고 애쓰는 대신 창업을 통해 스스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초국적(超國籍) 기업 휼렛 패커드(HP)를 살펴 보자. 아직 대공황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1935년 22세의 휼렛과 패커드는 차고에서 연구를 거듭해 39년 자본금 538달러를 들고 창업했다. 60년이 지난 2009년 HP는 31만 명을 고용해서 1146억 달러의 매출을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고용 창출과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학교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은 피고용자를 길러내는 데 적합했다. 앞으로는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도록 목표를 바꿔야 한다. 스탠퍼드대 터먼 교수의 강의실에서 만난 HP의 창업자인 휼렛과 패커드는 수업 중 관심이 있던 전자기기를 제품으로 개발해 HP를 탄생시켰다. 구글의 창업자 페이지와 브린 또한 스탠퍼드대의 박사과정 시절 수행하던 과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화했다. 학교가 미래 사업파트너 간의 만남의 장이 되고, 수업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실현됐던 것이다.
둘째, 신생 창업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대기업이 도와 주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에플이 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HP CEO 휼렛이 어린 스티브 잡스의 요청을 받고 필요한 부품도 제공하고, 기술적인 도움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품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부품사의 기여가 필요함을 휼렛은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휼렛의 이 작은 도움은 잡스가 세계 최대의 기업 애플을 키울 수 있는 용기와 경험을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부품 공급사를 육성하기는커녕 기술을 뺏고 도태시킬 시도를 집중적으로 하는 대기업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술력이 있는 벤처기업은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포기하고 외국 기업과 제휴하려는 경향도 조성되고 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국내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에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를 따라올 업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LCD는 세계 1위다. 디자인 역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신제품 갤럭시S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차갑다.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핵심 소프트웨어 없이 미래의 물결을 제대로 탈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애플 쇼크도 따지고 보면 강력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원천이다.
삼성엔 아이폰의 플랫폼인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부럽기 짝이 없다. 삼성은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 스카우트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SDS를 통해 컴퓨터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티맥스코어도 인수했다. 그러나 자꾸 탄식이 흘러나온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게임과 포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OS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고급 인력은 멸종 상태”라는 것이다. 다행히 갤럭시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이용했다. 하지만 구글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 느닷없이 값비싼 청구서를 보내거나 모든 스마트폰은 반드시 구글을 거치도록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 불안한 을(乙)의 신세다.
스마트폰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스마트TV와 스마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핵심 소프트웨어가 운명을 결정짓는다. 독자적으로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보유하지 못하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나 LG가 하루아침에 외국 기업의 부품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 물론 소프트웨어 인력난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똑같은 고민이다. 세계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좋은 대우를 좇아 미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과거의 패착(敗着)이 뼈아프다. 2000년까지만 해도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의 컴퓨터공학과는 의대보다 인기가 높았다. 해마다 300여 명의 전문인력이 배출됐다. 지금은 어떨까. 한마디로 찬밥 신세다. 대학을 나와 하도급업체에서 3D 업무를 맡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들조차 “안 되면 외국에서 수입하지”라는 식이었고,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오해도 뿌리 깊다. 이런 풍토를 못 견디고 뛰쳐나와 세운 벤처가 NHN·엔씨소프트 등이다. 이러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6년 연속 정원을 못 채우고, 이들 3개 대학이 배출하는 인원도 100명으로 쪼그라드는 게 당연하다.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만큼 소수의 뛰어난 인재에 좌우되는 분야는 흔치 않다”고 말한다. OS의 경우 많은 인력이 필요 없다. 30~50명의 소수 정예가 만든다. “뛰어난 두뇌와 높은 수준의 교육,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 가능한 작업”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은 10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건너간 인재도 적지 않게 섞여 있다. 그러나 한국 회사에선 “소프트웨어론 밥 못 먹는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지 말라”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말리는 형편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이미 황폐화됐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 업보로 향후 6~7년간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밖에 없다. 눈앞에 펼쳐질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 자동차에서 승부를 걸려면 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 성공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뛰어난 소프트웨어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 탄생해야 선순환(善循環)이 시작된다. 우수한 인재 없이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는 기대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뒷받침 없이는 미래 물결도 제대로 탈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실적에도 요즘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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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취업, 창업으로 풀자 [중앙일보]
2008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온 세계는 대공황이 오는 것이 아닌가 긴장했다. 그로부터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엔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올해 1분기의 GDP 8.1% 성장은 7년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라 하며, 주요 기업들 또한 2000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취업시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3년간 대학 졸업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인문계가 47~54%, 공학계열은 57~66%에 불과하다.
취업률이 낮은 첫 번째 이유는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둔화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평균 9.1%와 9.8%였다. 그러나 2001년 이후 최근까지의 평균 성장률은 3.9%에 불과하다. 두 번째 요인은 투자의 고용창출 능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투자비 10억원당 90년대 초반에는 49명을 고용할 수 있었으나 2005년에는 32명만 고용할 수 있었다.
구조적인 취업난을 해결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까지와 같이 남들이 만든 직장에 취업하려고 애쓰는 대신 창업을 통해 스스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초국적(超國籍) 기업 휼렛 패커드(HP)를 살펴 보자. 아직 대공황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1935년 22세의 휼렛과 패커드는 차고에서 연구를 거듭해 39년 자본금 538달러를 들고 창업했다. 60년이 지난 2009년 HP는 31만 명을 고용해서 1146억 달러의 매출을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고용 창출과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학교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은 피고용자를 길러내는 데 적합했다. 앞으로는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도록 목표를 바꿔야 한다. 스탠퍼드대 터먼 교수의 강의실에서 만난 HP의 창업자인 휼렛과 패커드는 수업 중 관심이 있던 전자기기를 제품으로 개발해 HP를 탄생시켰다. 구글의 창업자 페이지와 브린 또한 스탠퍼드대의 박사과정 시절 수행하던 과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화했다. 학교가 미래 사업파트너 간의 만남의 장이 되고, 수업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실현됐던 것이다.
둘째, 신생 창업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대기업이 도와 주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에플이 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HP CEO 휼렛이 어린 스티브 잡스의 요청을 받고 필요한 부품도 제공하고, 기술적인 도움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품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부품사의 기여가 필요함을 휼렛은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휼렛의 이 작은 도움은 잡스가 세계 최대의 기업 애플을 키울 수 있는 용기와 경험을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부품 공급사를 육성하기는커녕 기술을 뺏고 도태시킬 시도를 집중적으로 하는 대기업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술력이 있는 벤처기업은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포기하고 외국 기업과 제휴하려는 경향도 조성되고 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국내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