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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경제

정교논란 수쿠크법과 예수가 엎은 환전판…

[경제포커스 4] 초국적 금융자본 전횡의 시대… 세리의 탐욕관한 빌라도보고서 읽어야
송종운 새세상연구소 연구원 | media@mediatoday.co.kr  
2011.03.08  11:07:34

정부는 2009년부터 중동의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이슬람권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하여 면세 혜택을 부과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일명 수쿠크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수쿠크란 이슬람 채권을 지칭한다. 그런데 이슬람 율법에서는 이자로 돈을 버는 일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에 대한 투자수익을 임대료나 배당금 형태로 돌려받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동의 오일머니라는 극히 경제적인 문제 이외에도 이런 현실이 고려되었던 것이다.

당초 수쿠크법에 대한 국회 처리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의원 전원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의결해 전체회의에 상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4일 개최된 동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갑자기 여야 합의로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청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것에 대하여 기획재정부는 외교적 문제 등 ‘국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간의 시각은 이와 많이 다르다. 최근 기독교계가 찬성 의원에 대하여 낙선운동을 선언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기획재정위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유보’ 또는 ‘반대’ 입장으로 기울여졌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와 관련한 수출입은행의 대출금 지원 의혹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수출입은행이 UAE에 지원키로 한 대출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본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이 개신교의 반발과 시민사회와 야당의 'UAE 원전수주를 위한 졸속 법안'이라는 지적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있다. 사진은 지난 1월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방송한 '원전, 미공개 계약' 법.

예수가 뒤엎은 세리들의 환전판…오늘날 ‘뱅크럽시’의 기원

당초 경제적 논리에서 출발했던 법안이 종교적 ․ 정치적 논쟁으로 비약된 판에 필자까지 그 북새통에 끼워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돈이 인간보다 우선시되는 세상에서, 수쿠크법 논쟁이 종교 논란을 넘어 돈과 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조그만 희망이다.

마태복음 21장 12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자를 내어 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기록된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

예수가 십자가에 올려진 계기가 된 이 사건은 시나고르라는 유대교회 내에서 환전 업무를 일삼는 무리들에게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그런데 유대 지도자들인 랍비들이 이를 참지 못하고 심각한 경제 질서 문란행위로 규정하고 예수를 고발한 것이다. 랍비들이 고발한 예수의 죄목은 환전하는 사람들의 좌판을 뒤엎은 것인데, 환전하는 사람들의 좌판은 140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 말로 하면 방카(banca)이고, 현대 말로 하면 뱅크(bank)다. 즉 예수의 행위를 현대 영어에서는 뱅크럽시(bankruptc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산’이란 말의 어원이 바로 이것이다. 예수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의 성스러운 집에서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이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금융에 대한 예수의 생각은 매우 엄격하고 절제된 것이었다.

근대 은행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메디치가문의 메디치 은행은 1397년 시작되었다.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저서 <군주론>을 바친 것으로 유명한 메디치 은행의 번성기 수장 ‘위대한 로렌쪼’ 메디치는 이자 놀이를 금한 당시 교황청의 눈을 피해 현대적인 대차대조표를 도입하는 등 금융업을 번성시켰다.

이에 반해 이슬람의 금융은 그 발전의 정도가 유럽보다 현격이 뒤떨어진다. 메디치 가문의 금융업무가 혁신적으로 발전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베니스에서 유세를 떨친 피보나치의 덕택이었다. 그런데 ‘피사의 레오나르도’라고 알려진 파보나치의 셈법은 인도와 아랍의 통찰력을 단순히 정리하고 소개한 것에 불과했다. 어찌 보면 금융이 훨씬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나 아랍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윤을 남겨서는 안된다…투기를 하지 말라”는 코란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이 개신교의 반발과 시민사회와 야당의 'UAE 원전수주를 위한 졸속 법안'이라는 지적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있다. 사진은 지난 1월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방송한 '원전, 미공개 계약' 법.

뛰어난 수학실력에도 불구하고 아랍지역의 금융업이 뒤쳐졌던 이유는 코란 때문이었다. 이슬람 공동체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샤리아(Shariah)에는 돈 놀이를 금하는 이유로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첫째,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되고, 이윤을 남기려면 건전한 곳에 써야 한다. 둘째, 불확실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를 나름대로 해석하면 고리대금을 하지 말라는 것과 투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될 것이다. 금융자본의 광기어린 무한질주와 탐욕이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던 2008년을 되돌아보면, 이 두 가지 원칙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까지 이슬람채권인 수쿠크(Sukuk)에 관한 법이 통과된다면 대통령 하야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 논쟁에 가세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슬람 금융이 무엇 이길래?’라는 반문이 절로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이슬람금융은 이도교의 것이며, 거기에는 테러자금 등 투명하다 할 수 없는 자금들이 숨어 있어 위험 하다는 것이 일부 기독교계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히려 염려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국민경제와 서민들의 생활을 질곡으로 몰아넣고 있는, 나아가 예수를 고발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한 바로 그 금융의 왜곡된 모습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경제를 파탄에 빠지게 했던 주범들은 지금도 거대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초국적 금융자본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포함하여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내에서 발생한 모든 경제위기의 중심에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있었다. 민중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양극화와 물가상승 그리고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라는 심각한 경제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은 공동체 지향적인 금융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라는 고민일 것이다.